중화권 영화하면 저는 아버지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한국에서도 50년~60년대 큰 유행을 하며 호황을 누리던 홍콩 영화지만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 봐도 그 감성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그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기도 한 화양연화와 중경삼림, 아비정전 세 편을 비교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화양연화
왕가위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모두 총체적으로 참여해 만들었으며 2000년에 미국과 일본,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개봉, 그 후 10여 년이 지난 2013년과 지난 2020년에 한국에서는 재개봉될 정도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러닝타임은 99분으로 짧은 편에 속하지만 그 분위기와 ost가 오랫동안 잔상이 남을 정도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양조위와 장만옥이 맡았는데 당대 최고의 톱스타이기도 했지만 어린 배우들이 아닌 중년의 사랑을 담아내며 진하고 성숙한 느낌으로 흘러갑니다. 대사보다는 화면에 집중하게 되는 특유의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인데 '불륜'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아름답게 승화시킨 게 어떻게 보면 좀 불편할 수 있지만 몰입력이 상당하기에 주제를 떠나 홍콩 영화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한편 영화 제목의 뜻은 '꽃처럼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에서의 시간'으로 제목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니 아직 못 본 분들이 있다면 이번 가을 꼭 한번 시간을 내어 감상하기를 추천합니다.
2. 중경삼림
1994년 개봉작으로 왕가위가 연출, 감독을 맡았습니다. 양조위와 임청하, 그리고 김성무와 왕페이 주연으로 개봉 해인 1994년에 대만의 금마장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스톡홀름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주연이 네 명인 이유는 이 작품이 1, 2부로 나뉘어 다른 두 명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인데 1부는 임청하와 금성무의 묘한 만남을, 그리고 이어지는 2부에서는 양조위와 왕페이의 교감이 주제입니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은 경찰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데 그 외에도 실연을 이제 막 당한 직후의 복잡한 심경인 상태에서 하룻밤, 혹은 우연한 인연을 만나 흔들리는 위태로움과 연약함 역시 닮아있습니다. 이 작품은 당대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사랑 앞에 약할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에게 가슴에 와닿는 스토리와 감정을 다루며 잘 보여주는데 이별 직후라면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개봉한 지 내년이면 30년이 되는 오래된 영화임에도 세련된 분위기와 촌스럽기보다는 빈티지스럽게 느껴지는 감성과 감각이 돋보이는데 이 때문인지 20대 중에도 이 분위기에 매료되어 홍콩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는 친구들이 꽤 많습니다.
3. 아비정전
1990년에 개봉한 영화로 오늘 소개하는 세 편 중 가장 오래된 작품입니다. 마찬가지로 왕가위의 작품인데 이 감독이 내는 분위기를 워낙 사랑하기도 하고 또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들이기도 하기에 오늘은 대중적으로 추천할만한 세 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이 감독을 재평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유의 어둡고 잔잔한 분위기로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현재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이 회자되며 오랫동안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작품입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던 장국영과 장만옥, 유덕화와 양조위, 유가령, 장학우 등이 대거 출연했는데 그때의 젊고 열정 넘치는 그들이 작품 내에서 우울하고 정적인 느낌을 가진 캐릭터들을 맡았다는 것도 특이한 점입니다. 매력 넘치는 바람둥이가 1분의 만남으로 한 사람에게 빠져들게 되고 평생의 사랑으로 간직한다는 내용이 주된 스토리인데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지나가는 사랑이야기, 또 일상의 모든 것들이 캐릭터들의 매력에 빠지기 충분할 정도로 지루하지 않게 흘러갑니다. 또 이후 이 감독의 모든 신작들이 이 것의 후속작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뼈대가 되어 변주되기 때문에 홍콩 영화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첫 영화로 감상하길 추천하고 싶습니다.